한국교회의 예배에는 예복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어 있다. 지나친 형식주의도 곤란하지만 예배는 하나님 앞에서의 거룩한 의식이기 때문에 구별된 예전적인 복식이 필요하다고 할수 있겠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예배에서는 청교도적인 초기선교사들을 통해 전해받은 예배전통에 따라 영국교회와 청교도간의 성직자 복장에 관한 논쟁이후의 비본질적인 선긋기에 대한 예배전통의 영향으로 예배에 있어서 예전적 복장에 대한 소홀함과 잘못된 인식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예복 착용을 강조하는 측은 양복은 예복이 아니라 일상복이며, 집례자가 예복을 착용해 예배의 거룩함을 성도들에게 인식시켜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입장은 예수님도 평상복을 입고 사역했으며 초기 기독교 목회자들은 일반 신자와 구별 없이 성만찬과 예배를 인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예복을 입은 사람은 예배를 위해 준비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좋은 상징이 된다.

흔히 목회자들이 저지르는 큰 실수는 박사가운을 예배복으로 혼동하는 것이다. . 이것은 한국교회에서 독특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자기과시나 학위 콤플렉스 외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승중 교수는 “집례자는 특권이나 권위가 아닌 그리스도의 종으로 철저히 멍에를 지겠다는 자세로 예복을 착용한다”면서 “영광을 상징하는 박사가운은 예배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에서 가톨릭 신부들이 착용하는 옷으로 인식되고 있는 로만 칼라 셔츠(클러지 셔츠·Clergy shirt)는 사실 18세기 이후 독일 루터교회를 중심으로 등장했던 옷이다. 따라서 천주교만의 점유물로만 보긴 힘들다. 독일이나 미국에선 개신교 목회자 상당수가 이 셔츠를 착용하고 있다.

정철범 교수는 “클러지 셔츠는 성직자를 나타내는 평상복으로 외국에서는 개신교 목회자들도 많이 착용하고 있다”며 “천주교 것이라고 무조건 거부할 만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박성완 목사도 “가톨릭 전통이라고 해서 무조건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성서적인가, 비성서적인가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일웅 교수는 “초기교회의 경우 하나님을 섬겨 드리는 예전의 핵심은 설교가 아니라 성찬이었다”면서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성만찬이나 예복 등 예전의 요소보다는 설교 중심의 대중 전도 집회에 치중하다 보니 예배전통의 참 가치를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예배가 점차 설교만으론 감동을 줄 수 없게 되다 보니 감각적인 찬송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예복착용과 성찬 실시 등 예배에서 상징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인 목회자 예복의 기본은 알브(Alb)와 스톨(Stole), 허리띠(Cincture)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대개 알브 또는 흰까운과 스톨만 사용하는 데 예배에서의 스톨의 경우 교회력에 따라 색깔을 맞춰야 한다.

알브는 보통 ‘성의’라 불리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가운이다. 알브는 정결을 상징하는 ‘백색’을 의미하는 라틴어다. 알브 또는 까운은 주로 검은색과 흰색을 선호하며 비둘기색이나 하늘색을 입기도 한다. 스톨은 알브 위에 걸쳐 입는 좁은 띠를 말한다. 스톨은 안수받은 성직자를 상징하며 일부 목회자들은 결혼식 주례 때 색동 스톨을 사용하기도 한다.

할브의 허리띠는 술이 달린 줄로 허리 부분을 둘러 묶는 데 사용된다. 이것은 성직자의 멍에와 책임을 상징하며 주로 성공회와 루터교에서 사용한다.

예복은 생활 습관에 따른 일상의 옷이 아니라 마음의 순결을 따르기 위한 특별한 복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는 예배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도록 고안돼야 하며 예전적이고도 예배의 역사적 연속성도 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