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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장식과 마리아십자가에 대한 오해

최고관리자 2015-06-11 (목) 13:16 8년전 5961  

[십자가 장식과 마리아십자가에 대한 오해] -김명실 박사(예전학), 게렛신학교(PH.D.)

 

사순절과 부활절 기간 동안 십자가에 천을 늘어뜨려 장식했던 교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장식이 로마 가톨릭의 마리아 숭배사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소문이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십자가 위에 걸쳐 놓은 천의 모양이 알파벳 M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19세기에 고안된 마리아 십자가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문이 지역교회의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을 큰 혼란에 빠뜨리며 교회 내에서 여러 모양의 갈등과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 마리아 십자가는 십자가 밑에 마리아를 뜻하는 M자가 함께 놓여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십자가 직물장식은 마리아 숭배사상과 전혀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얼마든지 자유롭고 다양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예술적 표현이다.

 

십자가 직물장식(cloth decoration)은 로마 가톨릭보다는 장로교, 감리교, 루터교, 성공회 등과 같은 개신교 교회들이 더 선호하며 보다 활발하게 사용하는 예배의 도구이다. 11세기부터 로마 가톨릭은 고난주간이면 '눈의 금식'이라는 법령 아래 예배공간의 모든 조각이나 그림과 같은 예술적 작품들을 천으로 덮어 철저한 회개 분위기를 자아내려고 했다. 여기에는 십자가 위에 달려 있는 예수 그리스도도 포함되었기에, 사실상 로마 가톨릭에서는 십자가 직물장식이 개신교처럼 자유롭지 못했었다. 제2 바티칸 공의회(1965) 이후에 이 '눈의 금식'이 선택적 사항이 되면서 보다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이 허락되었는데, 이처럼 십자가 장식은 개신교 교회들이 먼저 시작한 예술행위라고 볼 수 있다.

 

십자가에 천을 매다는 장식은 본래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었다. 성경이 전하는 예수부활의 증거는 빈 무덤 속에 남겨진 세마포였는데, 교회는 흰 세마포를 십자가 위에 걸쳐 둠으로써 부활의 사건을 눈으로 보게 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장식이 사순절에도 적용되면서 보라색, 검은색, 혹은 붉은색 등으로 우리의 참회와 예수의 수난을 표현하는 도구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식이 로마 가톨릭의 마리아 숭배 사상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 십자가 양쪽 날개에 직물을 걸쳐 놓으면 자연스럽게 M 형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19세기에 고안된 마리아 십자가는 20세기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더 널리 소개되었는데, 후에 이것이 마리아의 중보적 역할을 강조하는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개신교인들에게 이 상징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만, 자연스럽고도 자유로운 예술행위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역시 삼가야 할 것이다. 예술적 상징언어를 교리적 문자언어로 풀려고 할 때 불필요한 논쟁에 휩싸일 수 있다. 예배예술은 문자가 다 표현하지 못하는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드러내면서 예배자의 영성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종교개혁자 루터는 '아디아포라(adiaphora)'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예배의 예술적 표현들에 대해 불필요한 교리적 논쟁을 피하도록 조언하였다. 아디아포라는 '무관심한'이라는 뜻인데, 기독교에서는 성경이 구체적으로 권하지도 혹 금하지도 않은 것들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따라서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기독교 예배에서 예술적 표현들은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상징들의 유사함으로 갈등이 발생했을 때에는 대안적 방법을 찾아 충돌을 피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만약 여전히 M 형태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양한 형태들을 개발하여 상징의 획일화를 피하고 보다 창의적인 방법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상징의 사용은 그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을 위한 것이지 오해와 분열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천을 매다는 방식을 규격화하자는 의견도 들었는데, 만일 그렇게 한다면 또 하나의 법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기독교 예배의 예술적 상징들은 단순한 미학적 차원을 넘어서서 반드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구속사역을 드러내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 예배예술의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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